육아/엄마의 기록

엄마의 기록: 나의 산후조리원 경험

지니위시 2021. 4. 26.

기억이 더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산후조리원 경험을 남겨본다.

 

산후조리원

코로나로 인해 13박 14일 중 1박만 남편과 같이 있고 나머지 12박을 혼자 지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외로워졌다. 한 간호사 분이 출산 직후 혼란스러운 시기에 혼자 지내는 산모들이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었는데 초반에는 잘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는 절실히 이해가 된다.

 

그리고 산후조리원 프로그램도 마사지 외에는 모두 없어져 밥 먹고 마사지하고 모자동실 시간외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수유콜에 응하면서 보냈다. 그 외 남은 시간은(많이 있지도 않았지만) 육아 관련한 걸 찾아본다든가 씻고 잠깐 눈 붙이는 정도를 한 것 같다. 무엇 하나 꽂히면 계속 그것에만 신경 쓰느라 다른 걸 잘 못하는 성격이라 TV를 본다든가 재밌는 걸 찾아보는 것도 거의 안 했던 것 같다.

 

사실 코로나 시국도 시국이었지만 내 성격때문에 산후조리원 천국을 제대로 못 즐기긴 한 것 같다. 밤에 수유하고 있을 때 내 상태를 먼저 보고 들어가라고 해주시고 따뜻한 말을 해주신 간호사 한 분, 마사지, 수유하면서 산모들끼리 잠시 얘기한 시간들 정도가 좋았던 것 같다.

 

밥은 아주 잘 나왔다

 

수유

지금 생각해보면 양이 부족했던게 아니었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양이 많이 부족한지 알고 양을 늘리고자 수유콜에 너무나도 열심히 응했다.(거기다가 주어진 일에는 최대한 성실히 임하는 스타일) 최소 10시~7시까지 푹 잘자면서 몸을 회복했어야 했는데 12시 넘게까지 수유하고 있었고 7시 정도부터 수유콜을 받는다고 했었다. (나중에는 6시로 앞당기기도 했다.) 그런데 수유콜을 새벽에 아기가 너무 울어서 5, 6시에도 받았었다. 어쨌든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 같았다. 수유콜에 신경 쓰여서 잠도 잘 자지 못했고 방에서 쉴 때도 마음 놓고 쉬지를 못했다.(내 성격 탓인데 누굴 탓하리..)

 

마사지

마사지가 제일 좋았다. 그 안에서 유일한 프로그램이기도 했고 마사지 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좋았다. 효과가 엄청난 건 사실 모르겠지만 그래도 힐링 타임으로선 그 역할을 제대로 했다.(후에 다른 분에게 듣기로 붓기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마사지로 크게 감량 효과는 못 본다고 했다.) 또 마사지사 분이 나오기 전날에 직접 방으로 방문해서 인사해주셨는데 그때 아이 피부 때문에 마음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 어찌나 감사하던지 하마터면 울뻔했다.

 

아기 피부

열흘 즈음부터 아이 얼굴에 조금씩 여드름같이 올라왔다.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져서 정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간호사 분들도 볼 때마다 아이 피부에 대해서 언급하고 그중 두 분은 엄마가 임신 중에 고기나 밀가루 많이 먹어서 그렇다고 말하면서 내 멘탈을 와장창 무너트려버렸다. 모자동실 시간에 아기를 보면서 어찌나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지... 자책하면 안 되다고 하는데 내 잘못인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산후에 호르몬이 정말 요동치는 시기에 산모가 자책할만한 말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은 아마 어차피 나을 거고 심각한 게 아니란 생각에 가볍게 얘기한 것일 거다.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 그런 말은 하면 안 되는 것 같다.(검색해봐도 먹은 음식으로 인한 거란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후 병원에 가서 연고 처방을 받고 마지막 날에는 많이 가라앉았다.

 

내가 들어간 날 산모들이 많이 들어와 간호사분들이 정신없는게 보였다. 첫날에 분유를 타 주면서 먹이고 오라고 했고 아기가 계속 자서 다 못 먹고 신생아실에 데리고 가서 자서 다 못 먹였다고 하니 "아씨"라고 자기도 모르게 반응했다. 당연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