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엄마의 기록

엄마의 기록: 탄생의 순간

지니위시 2021. 3. 23.

나는 자연분만을 원했다

제왕절개 설명, 후기는 읽지도 않았다. 수술이 무서웠고 소변줄, 마취도 하고 싶지 않았고 분만 후 할부로 오는 고통도 싫었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의지력이 더 강하단 얘기를 들어서 (근거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나는 의지력이 좀 약하다고 평소에 생각했기 때문에 더더욱 자연분만을 원했다.

 

그러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예정일 3주 전부터 진통이 조금씩 오고 병원 태동검사에서도 주기적으로 진통이 오는 걸로 나오는데 진진통이 확 오지를 않았고 결국 예정일이 4일 지난날에 유도 분만을 했다.

 

약 투입 후 진통은 점점 세졌고 약 4시간이 흐른 뒤 진통이 세게 올 때마다 복댕이의 심장박동이 훅훅 떨어졌다. 의사 선생님이 아이가 진통을 못 견뎌하는 것 같다고 빨리 수술을 해야겠다고 하여 결국 응급 제왕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 후 말씀해주시기를 탯줄이 짧아서 아이가 못 내려온 것 같다고 하셨다.)

 

아침 일찍 병원에 도착 후 너무 허기를 느껴 간호사 분에게 먹어도 되는지 허락을 받고 빵을 조금 먹었는데 수술 전 음식 섭취 여부를 확인하는 의사 선생님에게 "내가 병원 도착 후에 먹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며 한번 꾸지람을 들은 후 (차마 거기서 '간호사 님이 먹어도 된다고 했어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빠른 수술을 위하여 전신 마취가 아닌 하반신 마취로 수술을 하게 됐다.

 

탄생의 순간

난 원래 겁이 많다. 급히 정해진 수술이라 정신없이 수술장에 걸어 들어가는데 그 순간이 너무 무서웠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차가운 수술대에 올라가서 눕고 팔이 묶이고 수술 준비를 하는데 손발이 떨렸다.

 

그때 마취과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아이 태어나는 거 들으실래요?"라고 물어보셔서 "아뇨, 저 재워주세요."라고 얘기했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줘 다행히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고 그즈음 약을 투입했는데 "속이 메스꺼워요. 토할 것 같아요." 하다가 깨꼬닥. (토했다고 한다.)

 

이후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고 나는 "복댕이 태어났어요?"를 계속 말했다. (난 크게 말한다고 했는데 아마 중얼거렸을 거다.)

 

이 소리를 듣고 간호사 분이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라고 했고 마취과 의사 선생님이 "자는 중이라 잠꼬대하는 거야."라고 했다. 그러나 계속 말하니깐 간호사 분이 "복댕이 태어났어요. 아주 예뻐요." 하는 소리 듣고 깨꼬닥. (잠꼬대라고 하신 거 보면 일부러 깨우신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아기 소리에 내가 깼던 것 같다.)

 

첫 만남

이후 의식을 찾고 메스꺼워서 토하고 울음이 터져 나왔다. 수술 전 무서웠던 감정과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계속 눈물이 났다. 울다가 참다가 하면서 병실로 돌아왔고 옆에 와있는 복댕이를 보았을 때 그 감정과 생각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몸은 아프지만 아기는 너무 예뻤고 순간 이런 아기가 옆에 한 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예뻤고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게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이렇게 이쁜 인우가 태어났다.

 

 

이 안에 복댕이 있다

 

 

울면 안 돼, 아이 먼저 생각해야죠
울면서 병실로 돌아왔을 때 간호사 분이 말씀을 했는데 그게 무의식 중 충격이었던 것 같다.

난 이제 울지도 못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지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후 이 말이 계속 떠올랐고 심각하게 앓게 된 산후우울증까지 영향이 끼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