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엄마의 기록

엄마의 기록: 내가 겪은 산후우울증

지니위시 2021. 3. 26.

나는 출산 후 심하게 산후우울증을 겪었고 현재도 약을 복용하고 있다. 지금은 많이 안정되었지만 너무 지독하게 겪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아기가 예뻐 보여도 되는 건지 지금 괜찮은 게 맞는 건지 계속 묻게 된다. 두 번 다시는 그런 경험은 하고 싶지 않다.

 

출산 후 집에 돌아온 첫날밤을 보내면서 증상은 시작되었다. 나는 아이의 조금만 소리에도 신경이 쓰이면서 잠을 전혀 잘 수 없었고 당이 떨어지면 아무것도 못하는 나는 맨밥을 퍼먹으며 아이를 돌보고 나니 앞으로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모든 증상이 시작됐던 것 같다. 그렇게 예뻤던 아이가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돼버리고 말았다.

 

어떠한 일이든 딱딱 떨어지지 않거나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힘들어하는 성격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정답을 알 수 없는 상황에 패닉이 왔던 것 같다. 여기에 원래 허약 체질이었는데 출산 후 망가져버린 몸으로 체력이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 한 생명을 돌보려니 이 모든 게 버겁게 느껴지면서 산후 우울증에 해당되는 모든 증상과 함께 예전에 겪었던 불안증까지 심하게 왔다.

 

계속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불안하고 초조했으며 헛구역질도 났다. 아이를 보는 것 외 다른 일에는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핸드폰 보는 것조차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잠이라도 자면 몸과 정신이 회복됐을 텐데 한번 증상이 시작되니 산후도우미 분이 계실 때나 남편이 새벽에 볼 때 자려해도 잠들 수가 없었고 잠들어도 악몽을 꿔 바로바로 깨면서 더 상태는 악화됐다.

 

너무 고통스러웠고 아이의 평생이 버겁게 느껴졌다. 아이가 학교 가는 것, 같이 놀러 가는 것 까지도 걱정됐다. 나는 엄마가 되면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이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고 아이가 있는 한 앞으로 계속 이런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극단적 선택만이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겁이 났고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황에 결국 발작 증세가 나타났다. 산후우울증이 온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한지 몰랐던 가족들은 놀랐고 그때 응급실에 가 약을 먹게 되면서 출산 전 완모를 꿈꿨던 나는 모유 수유를 중단하게 됐다.

 

이후에도 증상은 빠르게 나아지진 않았고 집에 돌아온 첫날부터 한 20일 간을 너무 힘들게 보냈던 것 같다. 천만 다행히도 나는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고 약을 먹고 밤에 잠을 자고 산책을 하며 체력이 점차 회복되니 조금씩 나아졌고 출산 후 4개월 정도 지나니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 부모님의 희생과 남편의 지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안정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다 적지 못할 만큼 많은 일이 있었고 내 인생 최대 위기였던 것 같다. 출산은 여자의 인생에서 최대 이벤트라고 했는데 말 그대로 정말 큰 사건이 되었다. 이렇게 아팠던 만큼 더 큰 행복이 우리 가족에게 올 거라고 믿는다.

 

신생아 돌보기 정말 힘들죠, 잠도 못 자고 주변에서 정말 많이 도움을 주셔야 될 것 같아요
구급차에 실려가면서 구조대원 분이 한 말이 그 상황에서도 많은 위로가 됐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 "너가 정신 차려야 해." 같은 말은 도움이 안됐다. 실질적인 도움 외 따뜻한 말 한마디, 공감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이 회색톤으로 보였다